이제는 재테크가 아닌 차테크 시대?

신차보다 비싼 중고차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고차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신차보다 가격이 저렴해서인데, 현재 중고차가 오히려 신차의 가격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를 구매하게 되면 출고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매우 길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중고차의 가격 역전 현상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중고차 플랫폼의 조사에 따르면 약 2만km를 주행한 준중형 승용차의 가격이 거의 동일하고, 준대형 승용차 역시 신차와의 가격차는 약 150만 원에 불과합니다. 약 2년을 넘게 탔지만 사실상 감가가 거의 발생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중고차의 가격은 같은 차종의 신차 출고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싸집니다. 현대의 투싼의 현재 신차 출고 가격은 약 3,285만 원인데, 출고 대기기간이 길기 때문에 중고차의 가격이 더 비싸게 책정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기아의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 역시 신차 가격보다 약 100만 원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데, 승용차보다는 SUV 차량에서 이런 현상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차의 가격을 뛰어넘는 중고차의 가격 상승은 당분간 계속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까지 신차의 출고 대기가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에 신차를 계약한 한 소비자는 출고까지 약 8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안내받았습니다. 국산차량을 구매하고 8개월이라는 출고 대기 기간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사태 

 자동차 업계에 의하면, 반도체의 공급난이 지속되어 국산 주요 차종들의 출고 대기기간이 평균 4개월을 넘기고 있다고 합니다. 즉, 재고가 충분한 차량이 아니라면 올해 안으로 차량을 받아볼 수 없을 확률이 큽니다. 반도체의 공급이 지속적으로 어렵다면 최장 18개월까지 기다려야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기존 내연기관차 제작에 필요한 반도체는 약 300개 정도면 충분하지만 전기차는 약 2천 개, 자율주행차는 약 3만 개가 필요한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경우 생산이 더 늦어져  출고까지의 대기시간도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은 국내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드사 역시 반도체 공급난의 영향으로 1분기 판매량이 전년대비 17%나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아우디그룹은 평소 반도체 공급을 위한 엄격한 부품관리를 통해 오히려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달성하는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상황에서 오히려 영업이익을 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합니다.

 

언제쯤 맘 편히 신차 구매할 수 있을까

 한국자동차연구소는 반도체 공급난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난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 까지는 중고차의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하루빨리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반도체 산업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미 차량용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인해, 누적 주문량이 생산능력을 초과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내년 이후의 물량을 주문받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이유로 신차를 구매하게 될 경우 언제까지 기다려야할지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해결되기까지 최소 1년에서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차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 문제와 오미크론 확산 등으로 자동차 생산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유연한 반도체 배분과 일정 조정으로 공급 지연에 최소화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신차를 구매하여 출고를 기다리시는 분들에게는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만약에 소유하고 있던 차량을 판매하려고 계획 중이었던 분들에게는 반대로 좋은 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으므로 , 하루빨리 대량의 반도체를 확보하고 유연하게 사용하여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